
3장 불안과 공허의 안개를 헤치고
지도 없는 여행을 떠날 때 : 속마음 쏟아내기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여행을 잘한다' 물리적인 여정을 통해 자기 자신과 만나는 일이 진정한 여행이라면,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여행을 가서도 자신과의 진솔한 시간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 세계 창작자들의 멘토가 된 줄리아 카메론은 여행을 하듯 자유롭게 글을 써보라고 권한다. 글쓰기를 문학이라 생각하지 말고 차라리 명상 행위라고 여기라고 조언한다. 이런 형태의 글쓰기를 저자는 모닝 페이지라고 불렀다.
두서없이 떠오르는 생각부터 평소 의식하지 못했던 깊은 곳의 이야기까지 모닝 페이지에 쏟아낸다. 누구에게 보여줄것도 아니고 책에 실을 것도 아니니 부담없이 적어야지 하고 떠오르는 대로 헛소리를 써댄다. 그러다 보면 놀랍게도 연습장에 쓴 대부분의 문장들이 원고로 옮겨진다. 누가 볼까봐 겁냈던 솔직한 문장들이 의외로 쓸만했던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만큼 솔직하고 싶다 : 숨은 목소리 찾기
내게 글을 쓰는 행위는 자신에게 정직하고자 하는 의지다. 정직함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글쓰기는 용기의 방아쇠다.
글을 쓸수록 나 자신을 덜 속이게 됐다. 자기합리화 습관에서 점점 벗어나서 있는 그대로 직시하게 되자, 방금 나의 행동이 허영심에서 비롯됐구나, 과거의 트라우마를 피하려는 두려움에서 나왔구나 하는 식으로 알아차리는 일이 많아졌다.
고장 난 물건을 고치려면 그 물건의 어느 부분이 잘못돼 있는지 알아야 한다. 알아야 고칠 수 있다. 자신의 못난 행동을 모르는 척 어물쩍 넘기는 대신 마음껏 자기를 비웃고 혐오하고 놀리는 편이 낫다.
남을 바라보듯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 자신에 관해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길 두려워하지 않고 심지어 자신을 비웃어버리는 사람. 그런 사람들에게서 내가 매력을 느끼는 건, 그들이 위선 없는 천진함에서 나오는 강한 정신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들갑 없이, 나를 사랑하는 딱 그만큼 솔직한 글을 쓰고 싶다. 그렇게 쓰인 글은 나를 더 사랑하게 해줄 것이고, 이런 순환 속에서 나는 쓸수록 나를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과하지 않게 지금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 : 감정 손질하기
바로 써야지 글에 감정이 생생히 담긴다. 감정은 날것이다. 감정은 바로 쓰지 않으면 영 다른 맛이 되어버린다.
독자와 이심전심하는 데도 생동감은 중요한 요소여서 감정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해 최대한 정밀하게 쓸 필요가 있다.
지금 내 안에 가득 차올라 있는 감정이라면 그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때도 지금이다. 예전의 감정을 끄집어 와서 지금의 감정인 것처럼 연기하지 말자.
지금 느끼는 감정을 최대한 섬세하게 표현해보려는 의욕은 글쓰기의 동기가 된다. 하지만 때로는 과한 감정 표현이 독자를 밀어내기도 한다. 글쓴이가 느낀 감정을 독자가 똑같이 느끼길 종용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면 그걸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부담감이나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화려하게, 현학적으로 쓰고 싶은 욕심과 독자의 감정을 모두 다 꿰뚫고 있다는 오만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더 깊은 여운을 남기는 절제된 문장을 쓸 수 있다.
필사의 기쁨과 감정의 호명 : 마음에 이름을 붙이다
내가 표현하지 못한 모호한 감정에 이름을 붙이게 되면 그 감정을 받아들이게 된다. 마치 소설속에서 미묘한 감정들을 꼬집어서 말해주면 그 감정들이 선명하게 형체를 갖추어 이해할 수 있는것처럼, 감정에 이름이 생기면 그 느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내 생각은 가끔 완전한 착각이었다 : 기억의 팩트체크
기분을 컨트롤하고 마음의 평온을 지키기 위해 '팩트체크 글쓰기'를 한다. 팩트체크 글쓰기는 기분이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내 기분에 대해서 쓰고 그 기분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는것이다.
내가 상황을 오해한게 아닌지, 지나치게 반응한 건 아닌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중요한 정보가 있지 않은지 등을 글로 써가며 확인해본다.
팩트체크하지 않으면 내 마음에 크고 작은 오류가 생겨난다. 자신을 옹호하거나 혹은 피해자로 여기는 태도에 푹 빠지거나, 반대로 자신을 무조건 비하하거나 혹은 질책하는 태도에 빠지는 건 모두 생각의 오류에서 비롯된 결과들이다. 원인을 제거해야만 모든 것이 바로잡힌다.
잘못된 생각과 감정이 지금의 내 성격을 만들었을텐데, 그걸 바로잡는 것이 나를 사랑하기 위한 급선무 아닐까.
나에게 친절한 글쓰기 : 팩트체크를 넘어서
우리는 누구보다도 나 자신에게 가장 친절해야 한다. 나를 할퀴는 생각에 습관처럼 사로잡혀 있진 않은지,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 정성스럽게 살펴야 한다. 이는 곧 자신을 향한 사랑이다. '사랑'이란 단어를 '친절'이라는 낱말로 바꾸면 한결 쉬워진다.
자기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인생은 보다 극단적으로 변할 것이다. 현재의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탈출할 방법은 이 상황의 잘못된 부분을 명확히 밝혀내고 이해하는 것뿐이다.
씀으로써 보다 효과적으로 생각을 바꿀 수 있다. 내 감정을 일단 쓰고, 이게 어떤 생각에서 비롯된 감정인지 살펴서 그것도 쓴다. 그리고 나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단 것을 인지하고 일부러 반대의 생각을 써본다. 마치 온라인 게시글 밑에 반박 댓글이 달리듯 자기 생각을 스스로 반박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린 어느 순간 깨닫게 될 것이다. 내가 품고서 괴로워했던 감정들은 내가 만들어낸 왜곡된 생각에서 비롯된 물거품 같은것이었구나 하고. 그것이 내가 만들어낸 생각이라면 그 반대의 생각도 내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어떤 결정이 옳은 걸까 늘 번뇌하는 이유는 내 안에 최소 두가지 이상의 목소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목소리들을 받아 적자. 한쪽으로만 치닫는 자기 생각에 딴지를 걸어야 한다. 자신을 훼방 놓아야 한다.
감정의 재구성
범죄자 행위의 동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선 그 심리의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 재구성, 관점, 관찰, 이해.... 이 키워드들을 나의 감정에 대입해보면 온갖 감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재구성이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내 감정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다시금 잘 관찰해봐야 마땅하단 것이, 무엇보다 나의 감정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불편한 감정이 생기면 사람들은 애써 생각을 바꾸려고 이성을 가동하곤 하는데, 사실 감정은 이성의 노력으로 잘 바뀌지 않는다. 감정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필요한 건 감정을 바꾸려는 노력도, 무방비 상태로 모든 걸 감내하려는 체념도 아니다. 그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는 모든 것을 푸는 실마리다.
내가 슬픔을 느낀다면 그 감정을 회피하거나 숭배하지 말고 그 자체로 이해해보려고 노력할 것. 슬픔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글로 써서 언어화하면 그 언어들에서 패턴을 발결한 수 있게된다. 글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이 어떤 중요한 특질을 가졌는지 알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감정의 문제가 발생하는 과정에서의 규칙이나 변화, 즉 패턴을 파악하기도 수월해진다.
쓰는 것이 자신을 이해하는 활동이 될 수 있는 건 글쓰기가 '자신과의 거리두기'이기 때문이다. 내 감정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 나를 객관화하는 작업은 나답게 잘 살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내가 어떤사람인지 안다는 건 나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고, 모든 바라보기에는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정리
이전장에서는 글 쓸때 내 자신에게 솔직해지는것을 알려주었다면, 이번장은 나 자신을 정확하게 파악하는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변명하고 회피하고, 다른 가면으로 가리는 것은 나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그 감정들을 이해하고 그 감정들이 올바른 감정인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를 정확히 이해하고 솔직하게 글을 작성하는 것이 더욱 매력적인 글을 쓸 수 있게 해주고, 자신을 더 내세우기 위한 과한 표현들 보다는 어느정도 절제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독자들에게 긴 여운을 남기는 글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다른 글쓰기 책을 보고난 이후라서 그런지 어느정도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렇게나 다른 방법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게 놀라웠던 파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