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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uaw
독서모임
2024.10.01

저항할 수 없는 사회적 힘

사회적 영향력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우리는 또래 집단의 동조 압력처럼 공공연한 형태의 무언가라든가, TV광고처럼 우격다짐으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려 하는 무언가를 연상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사회적 규범을 놓치고 있습니다. 사회적 규범은 우리가 숨 쉬는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전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런 사회적 규범에 의문을 제시하지 않지만 사실은 의문을 던저야 할 대상입니다. 사회적 규범이야말로 집단 착각의 가장 근본적인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규범은 그 기원과 목적은 뿌옇게 사라져 버리지만 우리는 그것을 맹신합니다.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사회적 규범은 자의적인 규칙들만 있습니다. 이렇게 사회적 규범은 본질적으로 자의적이기에 시간과 장소에 따라 극적인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들면 한국에서는 빨간 글씨로 이름을 쓰지 않는다던가, 이탈리아에서는 건배를 할 때 무조건 와인으로만 해야한다 등등이 있습니다.

각 문화별로 차이는 있지만 규범은 세 개의 일반적인 범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협조 규범은 우리의 개별적 행동이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위해 존재합니다. 이 규범은 대체로 공공의 안전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또 다른 규범은 귀속 규범으로 누군가 특정 집단의 구성원 자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나타낼 수 있도록 수행하는 규범입니다. 우리가 일할 때 같은 옷을 입는다던가, 말하는 방식을 맞추는것이 여기에 속합니다.

마지막으로 집단 착각의 원인이 되는 사회적 규범이 있는데 작가는 이를 나는 개자식이 아닙니다 규범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이 규범은 규범을 지키는 사람이 공정함이나 상호의존성 같은 사회적 가치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구성원들이 이기적인 행동을 할 여지를 최소화시킴으로써 집단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나는 개자식이 아닙니다' 규범을 어기면 주변 사람들은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것이 일반적입니다. 규범을 어기는 한 사람으로 인해 모든 이들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입니다. 새치기는 이 규범에 속한 예시중 하나인데, 누군가 새치기를 하면 그 줄에 있던 모든 사람이 피해를 입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분노하게 됩니다. 우린 이런 상황을 역겹다 생각하고, 실제로 우리의 뇌는 역겨운 상황을 목격했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동작합니다.

두뇌는 예측 가능한 규범을 갈구한다

어두운방에 불빛을 하나 켜놓고 그것을 관찰해보면 마치 불빛이 움직이는것 처럼 보이는데, 이를 자동운동 효과라고 합니다. 불빛은 고정되어있지만 우리의 안구가 완전히 정지된 상태를 유지하는게 불가능해서 불빛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자동운동 효과와 관련된 연구중 "모든 외재적 참고 기준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인식하는가?" 라는 연구가 있습니다. 이 연구의 결과는 우리가 혼자 있느냐 아니면 어떤 집단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나왔습니다.

개인이 자동운동 효과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우리 두뇌는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무의미한 신호들을 긁어모은후에 개인적인 표준을 만들어냅니다. 필요에 의해 스스로 규범을 만들어낸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 떠오르는 정답을 큰 소리로 말하고 있다면, 사람들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내놓는 시각을 따라갑니다. 심지어 다수의 응답이 비현실적이라도 이런 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집단적 기준의 영향은 오래 지속되었는데, 피실험자들 개개인을 따로 불러모아 본인의 생각을 말하도록 해도 집단에서 공유했던 규범에 입각해서 답을 했습니다. 더 놀라운건 다수의 견해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은 자신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실험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주도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규범의 영향을 받아서 그들의 선택이 자유로웠다고 볼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왜 이토록 사회적 규범에 의지하는 걸까요? 왜냐하면 우리의 뇌가 게으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는 많은 에너지를 잡아먹는 기관이고, 규범은 우리의 인지적 부하를 상당히 줄여주기 때문에 우리의 뇌는 규범을 만들어내거나 따르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예측 가능한 규범을 갈구하고 어떤때는 우리가 경험한 현실을 왜곡하면서까지 규범을 얻고자 합니다.

다른 사람이 사회적 규범을 어길 때 역겨운 기분이 드는것처럼, 우리는 우리가 사회적 규범을 어길 때 감정적인 저항을 느낍니다.

캉디드의 오류

사람들은 규범을 정당화하기 위해 엄청난 힘을 쏟곤 합니다. 특히 그 규범이 체제에 대한 충성이나 도덕적 가치 등을 표방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런 규범들은 몇 세기 동안 그 규범에 대한 진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생각없이 규범에 협응합니다. 이런 성향 때문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회적 규범을 집단 착각으로 바꿔버리는 오류에 빠지곤 합니다.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는 18세기 유럽의 프랑스 논객이자 철학자인 볼테르가 쓴 책입니다. 이 책에는 팡글로스 박사와 캉디드라는 청년이 등장하는데 팡글로스 박사에 의해 캉디드는 지금의 현실이 '모든 가능한 세계 중 최선'이라고 배우지만 책의 마지막에 캉디드는 '모든 것이 최악인 상황에서도 모든 것이 최선이라는 완고한 믿음을 고집하는 것'이 얼마나 현실 도피적이고 미성숙하고 규범에 속박된 어리석인 짓인지 깨닿게 됩니다.

우리는 규범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규범을 선량하고 바람직한 것으로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지어 그 규범이 어떤 연유가 있어서 존재한다면 그것을 없애는 일은 더 어려워집니다. 가령 악수를 나누는 관습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면, 악수는 서로 무기가 없음을 보여주기 위한 규범이었습니다. 하지만 악수는 질병을 퍼뜨리는데 효과적인 방법도 됩니다.

오늘날에도 악수는 계속 사용되는 관습입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이 규범을 동의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 유지되는것입니다. 규범의 문제는 바로 이것입니다. 규범이 존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따르고 있다면 우리는 잘못된 믿음에 사로잡혀 복종해버립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캉디드의 오류에 빠지고, 규범에 순응하며, 규범이 개인적인 가치를 침범하도록 내버려둘 때, 우리는 집단 착각의 늪에 빠집니다.

사회적 규범이 오염된 상황에서는 순응 편향은 우리를 더 나쁜 방향으로 이끌어갑니다. 각종 차별에 대해 파괴적인 행태를 사회 전체가 동참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우리는 스스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인식하지도 못합니다.

이렇게 사회적인 규범이 오염되고 있을 때 예술가들은 중요한 역할을 하곤 합니다. 종종 위대한 예술은 우리가 가진 규범들을 다시 숙고하게 만들고, 새로운 방식으로 청중을 일깨워줍니다. 가령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은 사회적 규범이 흔들릴 때 벌어지는 모습들을 정교하게 반영합니다. 가장 훌륭한 예술은 이렇게 우리에게 주어진 규범에 질문을 던지고 나쁜 규범을 파괴합니다.

우리 인류는 더 큰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으며 그에따라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도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규범이 포용적이고 사회 친화적일 때, 특히 규범이 개인적 가치를 반영하고 있을 때, 개인가 그룹 모두 더 나은 경지로 나아갈 수 있게합니다.

하지만 규범은 다시 고민하지 않게 하기에 지난날에 만들어진 규범들이 잘못된 영향을 미칠수도 있습니다. 사회적 규범이 부패해서 우리의 개인적 가치를 침해하고 다수의 몫을 빼앗아 소수에게 집중시키는 역할만 수행한다면 규범은 우리를 순응에 빠뜨리고 집단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정리

이번장에는 규범에 관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규범 역시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암묵적인 규칙이지만,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규범들은 원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지금 사회와 맞는지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인류는 규범을 통해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합니다. 규범이 있다면 뇌를 깊게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때문에 좀 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규범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따라 효율적으로 보이는 이 행동들은 집단 구성원들을 불행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규범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기때문에 생각없이 협응합니다. 규범 그 자체가 선량하고 바람직한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규범도 오염될 수 있으며 여기에 순응 편향이 발생하면 사회 전체가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데 동참하게 됩니다.

이런 규범들에 대해 예술가들의 작품은 중요한 역할을 할 때가 있다고 합니다. 현대 사회를 풍자하는 그림이나 연극등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짐으로써 우리가 가지지 못했던 의문을 다시금 생각나게 해줍니다.

이번장 내용중에는 사회 전체가 파괴적인 행태에 동참하면서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사실 집단착각이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집단의 논리에 자기 스스로를 속여 착각에 빠져있다는걸 인지하지 못하는게 크게 작용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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