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부장주의의 대가
가부장주의는 라틴어로 'pater'에서 파생된 단어로 혜택을 주거나 보호한다는 의도를 품은 채 한 사람 혹은 집단의 개인적 자유와 자율성을 억압하는 것을 뜻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가부장주의는 너를 위해 너를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며 다른 이를 마치 아이처럼 대하는 것입니다. 오늘날엔 가부장적이란 말은 권위적이고 고압적이라는 뜻만 지니는게 아니라 거만하게 내려다 본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부장주의는 언제나 존재해온 현상이며 많은 철학자들도 옹호하던 방식입니다. 사회질서를 관리하고 발전시켜야할 책임을 가진 이들에겐 가부장주의는 의문의 대상이 아니었으며, 권력자들은 다른 이들보다 '더 잘 아는'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그 집단의 법과 사회적으로 인정받아야 할 미덕이 무엇인지 그들이 결정했습니다.
가부장주의는 프레드릭 윈슬로우 테일러가 과학적 관리의 원칙 이라는 책을 펴내면서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해 테일러는 화이트칼라 노무 관리의 아버지가 되었고, 가부장주의는 산업화되면서 불신은 체계화되었습니다.
테일러는 공장 노동자들을 엄격하게 통제될 때에만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믿었으며 노동자들을 기계처럼 조직화할 수 있는 체계를 고안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일하는 환경이나 그들의 신체에 적합한 업무인지는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테일러주의가 퍼진 곳은 비지니스 세계만이 아닙니다. 하향식 테일러주의는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있어 우리는 그 존재를 인식하기 힘듭니다. 테일러리즘은 경제적 영향 뿐 아니라 사회적 불신도 만들었습니다. 테일러주의에 빠진 조직의 수장들은 조직원들에게 '나는 당신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우리는 그 영향을 받아서 스스로 믿지 못할 존재로 여기게 됩니다.
우리는 자기 스스로를 믿을 수 없는 존재로 여기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을 볼 때도 믿을 수 없는 존재로 여기게 됩니다. 이러한 불신 편향은 자아의 분열을 가속화시키고, 모방, 소속, 침묵의 함정에 보다 쉽게 빠져들게 만들며, 집단 압력과 음모론적 사고에 더욱 취약해집니다. 이렇게 사회 전체에 불신이 가득한 가운데 개인의 내면마저 불신에 사로잡히면 그 결과는 치명적이게 됩니다.
제도를 향한 신뢰
신뢰는 다양한 얼굴을 지니고 있습니다. 신뢰란 다른 사람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입니다. 신뢰는 공유된 현실에 대한 내재적이고 암묵적인 인정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모두가 교통법을 지키고 회사가 매달 월급을 줄거라는 믿음같은 상호적 신뢰가 작동하는 덕분에 우리는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또한 신뢰는 스스로를 어느 정도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입니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키로로 달리는데 앞차가 급정거를 해서 사고날 위험은 어느정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고속도로의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선 그런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운전자들이 안전운전 할거라는 상호 신뢰를 가지고 운전을 합니다. 서로를 향한 신뢰, 제도를 향한 신뢰가 얼마나 큰지 여부는 해당 사회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판단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1997년 미국의 64퍼센트는 동료 시민들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으나 2020년에는 그 비율이 절반으로 줄었고, 응답자의 대부분은 처음 만난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미국 사회가 가진 심각한 구조적 위기를 보여줍니다.
유행병처럼 번진 불신은 정치적 극단주의를 발생시키고 개인의 정체성과 목소리는 납작하게 만들어 양극화와 편견을 극대화 시킵니다. 우리가 더 건강하고 안전하며 공정한 사회에서 살고 싶다면 우리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집단 착각을 다 함께 떨쳐내지 못한다면, 그런 사회를 만드는건 불가능합니다.
양극화되는 세상
모든 신뢰는 공통된 믿음이라는 같은 도덕적 뿌리를 가집니다. 이것을 현저한 공유 가치라 하는데, 그 속에는 믿음직함, 정직함, 일관성처럼 우리 각각이 중요하게 여기는 기본적인 윤리적 개념이 들어갑니다. 현저한 공유 가치는 우리의 근본적 정체성과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론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서로 다른 이상을 가지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건 비슷합니다. 2021년 포퓰레이스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대부분은 본인의 삶과 나라 전체에 대해 동일한 희망과 우선순위를 공유하고 있었다 합니다. 응답자들이 말한 최상위로 생각하는 가치 20개중 15개는 대부분 동일한 것이었습니다. 이 말은 우리가 같은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서로 양극화 되어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물론 세상이 양극화 되어있다고 여기는 편이 정치나 미디어에는 더 좋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개개인의 차이를 강조하며 현실을 가립니다.
신뢰와 배반의 손실 교환
우리는 낯선 이에게 신뢰받을수록 낯선 이를 신뢰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 말은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 사람일수록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다른 이들에게 신뢰할만한 사람으로 보인다는 말입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더 많은 신뢰를 부여하고 더 큰 존경을 표현하는 일을 통해서 우리가 속한 사회의 신뢰를 늘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생각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사회적 신뢰를 확장하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것들에 대해 개인적 책임감을 느끼고 되짚어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를 행동의 모델로 삼아 상호 참고하며 모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서로 신뢰하라는 말은 모든 사람들을 다 믿으라는 말은 아닙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믿음을 줘서는 안 될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여기서 서로 신뢰하라는 말은 우리에게 있는 불신 편향이 있고 그것을 일반적이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에 이 점을 조심하라는 이야기 입니다. 제대로 된 이유가 있다면 어떤 사람들을 믿지 않는 건 너무도 당연하고 올바른 일입니다.
만일 배신당할 우려가 있다면 상대방에 대한 확신을 가질 때 까지 신뢰를 미뤄두는 편이 좋습니다. 다만 기억해야 할 점은 일상적인 상황에서 오가는 신뢰와 배신은 우리에게 대단한 피해를 미치지 못한다는 점 입니다.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유익합니다. 신뢰는 우리를 건강하고 스트레스를 잘 견디고 생산적이게 만들어 전반적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여러 연구가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이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느끼게 됩니다.
당신의 경영 철학은 무엇인가
테일러주의는 제로섬 게임입니다. 이런 가부장적인 뿌리는 사회와 제도에 깊숙히 박혀있습니다. 우리가 불신 편견을 몰아내고자 한다면, 그런 편견을 뒷받침하고 있는 제도적 토대를 해체해야만 합니다.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모닝 스타는 미국에서 가장 큰 토마토 생산 업체입니다. 모닝 스타는 전통적인 위계질서 기반을 둔 조직론과 정반대의 방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근로자의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관리자를 두는 방식이 아닌 '자기 관리' 기법에 의존합니다. 근로자들이 스스로 작업 위치와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회사와 공유하는 방식을 자기 관리 기법이라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윗선의 승인은 필요 없고 직원의 일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은 '동료들'이 하고있습니다.
모닝 스타의 경영 철학은 신뢰에서 출발합니다. 회사는 회사일의 결정권을 노동자에게 양도함으로써 노동자들은 윗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이렇게 모닝 스타는 헌신과 책임의 연결망을 만들어 관리자들이 해야 할 일을 단 한푼의 추가 비용없이 해내고 있습니다.
모닝 스타와 같은 기업을 경영학자들은 고신뢰 회사라고 부릅니다. 높은 수준의 신뢰를 부여하는 회사에 일하는 사람들일수록 더욱 행복하고, 생산적이며, 회사의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합니다.
정리
이번장은 신뢰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우선 작가는 가부장주의에 대해 설명을 합니다. 가부장주의는 혜택이나 보호한다는 의도를 가지고 한 사람이나 집단의 개인적 자유와 자율성을 억압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가부장주의는 옛날부터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했으며 지금도 크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가부장주의가 테일러주의에 의해 강화되면서 사회적 불신을 형성했다고 합니다. 조직의 수장들은 조직원들을 믿지 못하고, 여기에 영향을 받는 조직원들은 스스로를 믿을 수 없는 존재로 여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회가 안전하고 공정하려면 상호적 신뢰가 필요합니다. 상호적 신뢰는 서로가 암묵적으로 법과 제도를 잘 따를것이라 믿는것입니다. 이런 상호적 신뢰가 작동하면 우리는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는 그 신뢰가 많이 무너져있어 상호적 신뢰가 잘 동작하지 않고있고, 여기서 발생하는 불신은 사회를 양극화 시키고 있습니다.
세상은 양극화되고 있는데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설문조사 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슷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양극화가 도움이 되는 사람들은 양극화를 더 부추김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지키고 현실을 가립니다.
작가는 사회가 더 건강해지기 위해 서로가 신뢰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에겐 불신 편향이 있고 그걸 일반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점을 인지하고 조심하라고 합니다. 물론 제대로 된 이유가 있다면 믿지말아야 할 사람을 믿지 않는건 올바른 일이라고 합니다.
작가가 말하는 신뢰는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힘들것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사회도 설문조사를 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비슷하지만 우선순위는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돈'이 가장 우선시 되어 도덕적 가치가 무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뢰는 스스로를 어느정도 위험에 노출시키는것이라는 것이라는점은 공감이 되었던거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