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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uaw
독서모임
2025.02.11

앞에선 소시오패스를 만드는 원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이 양심을 만드는지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자연선택의 법칙에 따라 진화해 왔다고 다윈의 '종의 기원'에 나와있습니다. 다른 개체들보다 뛰어난 특성들 불안, 연기 능력, 지능같은 요소들은 생존 확률을 높여줍니다. 그러나 이런 특성들은 도덕과는 완전 무관합니다. 지금의 포식자인 인간들에게 강력한 도덕관념은 오히려 생존에 적합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인간들이 양심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고등동물들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다보면 이기적 생존주의와 강한 사회적 관심이라고 하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두 측면을 언제나 동시에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나 이런 현상은 인간에게서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납니다.

만약 근본주의적 진화론을 따른다면 테레사 수녀는 절대 태어나지 않았어야 합니다. 자비와 선악의 개념은 정글의 법칙에선 유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존의 문제에는 확실히 개체와 무리 사이에 이익이 충돌될 수 있으며, 진화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이타적 행동'의 기원에 관한 논쟁은 대개 진화의 선택 단위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합니다.

적자생존이 오직 개체만을 선택 단위로 한다면 이타성의 진화를 설명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선택 단위가 집단 전체가 된다면 이타성은 설명이 가능합니다. 간단히 말해 서로 협동하고 돌봐주는 개체들로 이루어진 집단이, 오로지 서로 경쟁하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개체들의 집단보다 집단 차원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생존이라는 면에서 성공적인 집단은 일등을 놓고 다투는 개인들이 모인 집단보다는 어느 정도는 개인을 무시하고 집단 전체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집단이 유리합니다.

1966년 시카고대학교 교수인 조지 C. 윌리엄스는 '적응과 자연선택' 을 출간했는데, 이 책에선 집단선택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낮으며 자연선택에서 진정한 선택 단위는 유전자라고 했습니다.

그로부터 10년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전자 중심의 이론과 생물학자 해밀턴의 혈연선택이라는 개념을 확장했습니다. 혈연선택은 유전자 수준의 '이기주의'를 통해 역설적으로 개체 수준에서 일어나는 이타적인 행동의 진화를 설명합니다. 개체가 자신의 혈족을 아끼고 보호하면 그들의 생존과 번식률이 높아지고, 혈족끼리는 많은 유전자를 공유하기 때문에 향후 세대에서 그 개체의 유전자가 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개념입니다.

이런 혈연선택은 가족들끼리 서로 감정적인 애착을 갖도록 하는 유전자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혈연선택은 먼 친척이나 모르는 사람을 향한 양심이 유전적으로 어떻게 설계된 것인지 설명할 수 없습니다.

진화론자들 사이에 집단선택의 개념이 다시 되살아나면서 데이비드 슬론 윌슨과 스티븐 제이 굴드는 단지 유전자 중심이 아니라 더 많은 수준에서 진화가 일어났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물학과 행동과학에 요구해왔습니다.

다양한 수준의 자연선택들은 서로 부딪치기 쉬운데, 특히 양심처럼 이타적인 행동과 감정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유전자와 집단에서 양심이 유리하고 그래서 자연선택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체 수준에서는 양심의 결핍이 생존에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연은 다수가 꾸준히 양심을 기르도록 하는 한편, 다른 수준에서는 감정적인 애착과 양심의 신경생물학적 기반 없이 잘 살아가는 소수의 개체도 계속 지지할 것입니다.

하인츠의 딜레마

이제 진화심리학에서 발달심리학으로 전환해서 양심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발달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만약 다른 정신적인 능력이 발달하면 아이들에게 양심이 발생하는건지, 아이들이 삶을 경험하면서 가족, 사회, 문화의 가르침을 받아 도덕관념을 습득하고 조정하는건지 알아보겠습니다.

지금까지는 감정의 하나인 양심에 대해 이런 식의 연구는 없었지만, 양심의 협력자인 도덕 추론에 대한 내용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도덕 추론은 양심을 따르면서 양심이 할 일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고과정 입니다.

도덕 추론의 내용은 개에게 먹이를 줄지 말지부터 핵미사일의 발사 여부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다양합니다. 우리 스스로에게 도덕적,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 이 보편적인 능력은 과연 어디서 오는걸까요?

도덕 추론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는 1930년대 스위스 심리학자인 장 피아제가 시작했습니다. 피아제의 '어린이의 도덕 판단' 에서 권위, 거짓말, 도둑질, 정의의 개념에 대한 아이들의 관점을 분석했습니다.

피아제는 다양한 나이의 아이들이 도덕적 딜레마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관찰해서 상세히 기록했는데 심리학적, 철학적인 면에서 인간은 점진적인 방식으로 발달한다고 믿었던 피아제는 '구조적' 접근법을 사용했습니다.

피아제는 도덕 발달을 두 개의 단계로 설명했는데, 첫 번째 단계는 구속의 도덕 또는 도덕적 실재론입니다. 이 단계의 아이들은 규칙을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규칙을 잘 따릅니다. 이 단계의 아이들은 어떤 행동이 절대적으로 옳거나 틀리며 잘못된 행동을 했다가 발각되면 처벌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협동의 도덕 또는 상호성입니다. 이 단계의 아이들은 규칙은 상대적인 것으로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사람들의 의도를 감안해서 정의의 개념을 규정합니다.

좀 더 나이가 들면 아이들은 자신의 관점을 분산시켜 자기중심적인 면을 줄일 수 있으며, 도덕 규칙을 개인 차원에서 나쁜 결과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사회의 기능에 중요한 요소라고 이해하게 됩니다.

심리학자이자 교육자인 로렌스 콜버그는 도덕 발달의 보편적인 단계가 진짜로 존재하는지 밝히려 했습니다.

여기서 실험을 위해 콜버그는 하인츠의 딜레마라는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인츠의 아내는 희귀암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의사들은 최근에 한 약사가 발견한 라듐 화합물이 아내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약은 성분부터 워낙 비싼데다가, 약사가 매겨 높은 값이 제조 비용의 열배나 되었습니다. 약사는 200달러를 주고 라듐을 구입해 훨씬 적은 양을 2000달러에 팔았습니다. 하인츠는 돈을 빌려봤지만 겨우 1000달러 밖에 구하지 못했고, 약사에게 제발 싸게 팔거나 나중에 돈을 주겠다고 사정합니다. 그러나 약사는 거절했고 절망한 하인츠는 약국에서 약을 훔칩니다. 하인츠는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요?

콜버그는 하인츠의 딜레마 마지막 질문에서 아이들이 예, 아니오로 하는 대답보다 그 이면의 아이들이 하는 추론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콜버그의 도덕 발달 이론에 따르면, 7~10세에 이르는 아이들은 전인습적 단계에서 추론하는데 여기서 아이들은 어른의 권위를 받아들이고 규칙을 따릅니다. 10세가 된 아이들은 인습적 단계의 도덕적 추론으로 옮겨가는데 이 때의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따르고 그 의견에 순응하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청년기의 사람들은 후인습적 단계로 발전하는데 이 단계의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동의를 얻기보다는 추상적인 도덕 원칙을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양심을 충족시키는 쪽으로 행동합니다. 후인습적 단계에서는 도덕추론이 확고한 사회 규칙을 뛰어넘기도 하고, 한 개인이 이해한 규칙이 다른 사람의 규칙과 충돌하는 일도 자주 생깁니다. 후인습적 단계에서 추론하는 사람이라면 인간의 생명이 돈보다 귀중하며 생명의 신성함은 도둑질에 관한 사회 규칙을 넘어서는 도덕 법칙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콜버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른이 되어도 완전한 후인습적 도덕 추론에 이르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가 했던 연구에서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했을때도 세 번째 단계의 응답을 한 사람들이 10%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성과 문화

콜버그의 도덕 발달 체계는 결함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 도덕적 질문을 소년들에게만 했다는 점입니다. 콜버그의 제자인 길리건은 도덕 발달의 보편적인 단계 이론에는 관심을 기울였지만 콜버그의 도덕 수준의 제한적인 내용에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길리건은 콜버그의 도덕 추론 모델은 '정의의 윤리'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오직 '규칙'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같은 인터뷰를 여성을 대상으로 했으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것이라 했고, 인터뷰 결과 여성들은 '규칙'을 숙고하기 보다는 돌봐야할 무언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길리건은 어느 관점도 우월하다고 할 수는 없으며 두 가지 윤리는 서로 다른 두 가지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 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길리건 덕분에 심리학자들은 도덕 추론에 한 가지 차원만 있는 것은 아니며 사람들의 도덕 발달이 훨씬 더 복잡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전 세계의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도덕 발달 단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예일대학교의 조앤 밀러와 데이비드 버소프는 도덕 판단에서 맥락과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했습니다. 도덕 발달에 관한 밀러와 버소프의 연구에 따르면, 대인관계의 의무를 개인의 의사결정에 달린 문제로 보는 미국인들과는 반대로 힌두교도인 인도인들은 사회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도덕적 의무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사회적 문화적 분위기는 도덕 추론에서 상당한 문화적 다양성을 만들어 냅니다. 힌두교도인들은 남녀 상관없이 '의무 중심의 관점'에 따라 도덕 판단의 차원을 발달시키며, 그렇게 형성된 도덕 판단은 정의의 윤리와도 다르고 배려의 윤리와도 다르다고 합니다. 미국 문화와 힌두교 문화에서는 질적으로 서로 다른 유형의 대인 관계에 대한 도덕 규칙이 발달하며 이는 각각의 문화에서 서로 다르게 형성된 자아관이 반영된 결과라고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로부터 여러 형태의 도덕 판단 과정이 생겨난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문제의 핵심에 가까운, 더 심오하고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존재합니다. 이 확고부동한 심리학적 요소는 도덕적 힘 사이에서 서로 타협할 수 없는 충돌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우리의 감각입니다. 전반적으로 선과 악을 인생의 이중성으로 바라보는 인식은 완전히 보편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도덕 추론의 지적 과정을 통해 도덕적 딜레마를 고찰하고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을 결정합니다. 하지만 이 도덕 추론의 과정 자체에는 지구 전체를 아우르는 일관성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선악의 도덕 투쟁에 대한 우리의 감정적인 반응에는 통일성이 있을까요?

양심의 본질, 보편적 유대

도덕 추론은 우리가 도덕적 딜레마를 처리할 때 생각하는 방식입니다. 이 도덕 추론은 일관되지도 보편적이지도 않습니다. 도덕 추론은 시대와 성별, 문화, 지역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나 다른 인간에 대한 깊은 애착이라고 하는 한 가지만은 우리 대부분에게 마치 기적처럼 동일하게 존재합니다. 감정적인 애착은 우리의 일부이며 문화, 신념, 종교에서 우리 모두가 하나라고 느끼게 하는것이 양심의 본질입니다.

정리

이번장은 양심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양심이 발생하는것은 적자생존의 법칙에 맞지 않습니다. 우리가 하는 이타적인 행동들은 정글의 법칙에서 유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연의 선택 단위가 개개인이 아닌 집단이 된다면 이타적인 행동들은 집단의 생존에 유리한 행동들이 됩니다.

그래서 자연선택에 의해 이타적인 집단은 살아남아 계속 유지가 되고, 개인의 생존을 위해 기만하고 착취하는 집단은 생존에 탈락하게 됩니다.

발달 심리학 관점에서 양심은 도덕 추론에 의해 행동하게 됩니다. 이 도덕 추론은 양심이 할 일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는 사고 과정인데, 피아제와 콜버그는 도덕 발달 과정을 규격화 하려했으나 길리건에 의해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단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걸 알게됩니다.

개인의 도덕 추론에는 사회적, 문화적인 영향을 많이 받게됩니다. 문화마다 정의의 윤리나 배려의 윤리가 다르고 그에 따라 자아가 성장하는데 다른 결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뛰어넘는것은 우리 인류에게 양심이란게 존재한다는 점이며 이런 감정적인 애착에 의해 우리 모두가 하나라고 느끼게 만드는것이 양심의 본질이라고 이번 장은 정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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